예바당이란???
이우철 (zaphod@plaza.snu.ac.kr) wrote:
: 오늘 한글 뉴스 그룹에 처음 들어와 봤는데 아트록이
: 눈에 확 띄더군요. 저는 zaphod@plaza.snu.ac.kr입니다.
: 본명은 이우철이고요.
: 글을 읽다가 보니까 예바당이라는 말이 자주 들리던데
: 무슨 동호회인가 보죠?
예바당은 다가오는 '96 총선을 겨냥해 94년 4월 창당한 신진 정당입니다. 아라비비당에서 썰렁한 progressive rock 이야기로 분위기를 깨며 충남/대전 지역의 자민련 기본표를 갉아먹던 몇몇과 TK 지역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세대 교체론을 들고나오던 몇몇 신인들. 그리고 기존의 아크(ARC)당에서 은퇴하신 고문급인사들을 주축으로 94년 4월 창당되었읍니다.
얼마후 무소속으로 떠돌고 계신 국내보단 국제적인 정치력으로 더 유명하시던 중견의원 한분을 스카웃하여 바당의 간판스타로 키우려고 하였으나.. 나름대로 원대한 꿈을 가지고 열었던 94년 4월의 창당대회는 많은 발기인들의 불참으로 구경온 아일랜드당 의원들에게 다소의 쪽팔림을 당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옵니다.
하지만 94년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서울에서 대전으로 당사를 옮기면서 날로 당세가 쇠퇴하던 석향당의 당사를 빌려 여러번의 집회와 철야 점거 농성 끝에 당의 나아갈 방향과 구체적인 당의 정치적 색깔을 규정지었읍니다.
지역당의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서울입성을 기필코 이루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지만 썰렁했던 서울에서의 창당대회의 아픈기억과 정치자금의 부족이라는 결정적인 이유로 미루어져왔던 서울에서의 집회가 키즈당등에 양다리를 걸치고 계신 분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몇차례에 걸쳐서 이루어지면서 바당의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듯 치솟은것이 95년의 일입니다.
바당은 원래 이메일이라고 불리는 신기한 첨단기술로 당원들끼리의 의사교환, 정보교환등을 이루어 온 메일링리스트라는 외형을 가진 당입니다. 하지만 기존의 다른당의 비비에스 시스템에 익숙한 의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수월치 않았고 또한 당시만 해도 일부 기업체나 학교에 적을 두고 있지 않은 의원에게는 이메일 계정이 쉽게 주어지지 않았으므로 바당의 총재는 바동의 가장 큰 쾌거인 뉴스그룹 확보라는 업적을 이루어냄으로써 당의 존재 기반을 넓혀나가기로 결정하였읍니다.
하지만 뉴스그룹은 1994년부터 시작된 '뉴스그룹' 바람으로 인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여러 그룹들간의 경쟁이 심하였고, 또한 당내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였읍니다. 상당수의 의견들은 대화명을 '음악'으로 하자는 의견에 뜻을 같이 하였지만 이미 그 대화명은 선점되어 있었고 당의 보다 구체적인 정치 철학인 아트록에서의 의미를 찾아 '예술음악'이라는 대화명으로 신청하였으나 이것 역시 앞서 다른 정치 세력이 신청해 놓은 상태였읍니다.
그러던 중 누군가가 'alt.music.progressive'라는 대안을 제시하였고 대부분의 의원들이 찬성하여 'alt.music.progressive' 라는 대화명으로 뉴스그룹을 확보하기에 이르렀읍니다. 하지만 당내 강경파들은 'progressive'라는 용어가 너무 길고 복잡하여 'prog'로 줄여 쓰자고 하였으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읍니다.
이 글은 1990년대 중반 한국의 인터넷 초창기 시절, 프로그레시브 록 동호회의 유머러스한 자기소개 글입니다. 당시의 PC통신과 초기 인터넷 문화의 특징을 재미있게 패러디한 글로, '예바동'(YeBaDong)의 정체성을 정치적 은유를 통해 유머러스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