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노스 콰텟 공연을 보고 와서
1996년 현대음악주간 - 예술의전당
[크로노스 콰텟 공연 리뷰]
안녕하세요? 지난 목요일부터 회사에서 때아닌 휴일을 갖게 되어 이제서야 회사에 와서 예바동을 보니 별로 글이 없군요. 내일 프로젝트 발표라서 오늘은 좀 한가하길래 아침부터 글을 써 볼 봤습니다. 써 놓고 보니 좀 기네요.
제 홈페이지에 사진이나 티켓그림과 함께 링크 해놓았으니 즐기시기 바랍니다.
http://jean.iml.goldstar.co.kr/~zao/kronos/kronos.html
참 그리고 부탁이 있는데요. 혹시 제가 예전에 존 맥클라프린 공연을 리뷰한 글을 가지고 계신 분 계세요? 평소에 정리하지 않는 습관 때문에 글을 자꾸만 날려버리네요. 흑흑.. 도와주세요. 감사합니다.
1996 현대음악주간의 배경
1997년의 ISCM 음악제라는 빅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한국의 음악계는, 지난주에(5.28.6.1) '96 현대음악주간'이라는 일종의 페스티발 형식의 음악제를 가졌습니다. 이 행사는 미국의 현대음악이라는 메인테마로 열렸는데 그 레퍼토어도 아론 코플랜드에서 존 존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광범위하게 미국의 현대음악계를 조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주 내내 열린 행사 중에 단 일회만을 참여하는 불운(?)을 겪었는데 그 공연은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라고 말할 수 있는 크로노스 콰텟의 연주회였습니다. 크로노스 콰텟은 금요일과 토요일 각각 예술의 전당과 토탈미술관에서 공연을 가졌는데 제가 참석한 공연은 금요일의 예술의 전당 공연이었습니다.
공연 전 예술의 전당에서
금요일 마침 연구소가 쉬는 날이었고, 별 할 일도 없는지라 일찍감치 점심때부터 예술의 전당에 갔습니다. 왜 이리 날씨가 내리 쪼는지 차 없는 인간의 오후란 이렇게 비참한 것인가를 절감했죠. 예의 한가람 미술과부터 들리고, 자료관으로 들어가 음악서적을 이 것, 저 것 뒤졌 는데 요즘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책들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더군요.
무대의 첫인상
그들의 무대는 일반적인 순수음악공연의 무대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놀라왔던 것은 조명이 마련되 있었다는 것, 그리고 무대자체의 컬러가 검은색으로 세심히 마련되어 있었다는 것, 또한.. 무대의 양쪽에 피에이 시스템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이었죠.
그 더운 날, 서늘함까지 느껴지는 음악당에서 보통의 정상적인 사람으로는 전혀 매력의 요소가 없는 무대에 홀린 저를 순간 제 정신으로 돌아오게 한 것은 음향체크 소리였습니다. 잔잔한 홀안데 울려퍼치는 음! 마치 나의 눈 주위로 형광색의 음파가 진행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더랬죠. 그 순간 모든 것이 결정났습니다. 홀에서 외롭게 공연을 보기로 확정한 것이죠.
크로노스(Kronos)의 의미
잠깐 잡스런 이야기에서 빠져 나와 크로노스 콰텟에 대해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크로노스란 그리스 신화의 신들 이전의 세상의 제왕으로서 그리이스 신들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그는 매우 흉포하게도 자식들의 반란을 염려하여 잡아 먹어버렸는데, 그의 아내 레아가 막내 제우스와 함께 탈출하여 이 후 제우스에 의해 타도된 존재입니다.
이 때 제우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성기를 잘라 바다에 던져 버렸는데, 이 때 잘린 성기와 바다와의 교합으로 태어난 것이 제우스의 여동생 아프로디테라고 하죠. 따라서 크로노스는 그리스 신들의 영광된 아버지의 존재가 아니라 이성 의 세계 이 전의 암흑의 세계를 상징하는 존재로 야만과 혼돈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현악사중주단의 이름을 이러한 크로노스 로부터 따왔다는 것은 매우 멋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대음악의 가장 큰 아이러니 중 하나는 비 대중성에 대한 가장 큰 요소인 이성주의의 산물이라는 비판과 반감에도 (정감이 없다. 19세기 말부터 현재까지 줄 곳 제기되어 왔던..) 불구하고, 그 음악적 이미지가 매우 불안정하고 심지어 괴기스럽다는 것입니다.
공연 1부 - 현대음악의 진수
시간은 흘러서 드디어 공연시간이 왔습니다. 아까 낮에 봐두었던 무대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무대는 일종의 Performance적 성격을 가미한 무대였습니다. 색깔을 면밀하게 시퀀스 처리한 조명이나 검은색으로 만들어진 제단위의 검은 색 소파와 어두운 분위기에서 존 케이지가 자신의 음악을 음악계보다는 머스커밍햄의 무용 음악으로 발표했던 것과 일맥 상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은숙 - 전자음악의 새로운 지평
드디어 공연 전반부의 마지막 곡이자 제가 기대해 마지 않던 우리나라 작곡가 진은숙의 곡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는 84년 최대의 현대음악단체 인 ISCM에 학생의 신분으로서 입선을 하여 당시 객석에 자신의 음악제 참관 소감을 썼던 사람이었습니다.
이 음악은 일종의 전자음악이었는데 이 날 최초로 피에이 시스템을 가동한 음악이었습니다. 저는 4악장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음악에서 톤 클래스터적인 기운을 느꼈는데, 사실 그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가 보여주는 음향의 탐구 였습니다. 특히 피에이 시스템으로 울려퍼지는 압도적 박력의 첼로의 저음은 그 외곡된 음의 성질을 떠나서 최고의 긴장감을 조성했습니다.
이 곡의 감동은 최고의 박수를 이 사중주단에게 쏟아지게 했습니다. 멤버들은 진은숙씨를 객석으로부터 불러내어 박수를 공유했는데 그녀는 84년에 객석잡지의 사진에서 보았던 것보다 훨씬 성숙해 보였습니다.
앙코르 - 지미 헨드릭스 "Purple Haze"
엘비스 프레슬리 추모곡
공연의 후반부에는 마이클 도허티의 엘비스 프레슬리 추모곡이 연주되었는데 이는 퍼플헤이즈와 함께 이 날의 가장 큰 박수를 받은 곡이었습니다. 엘비스의 비바 라스베이가스, 하운드 곡 등 여러곡을 모창 가수와 여가수의 재미난 멘트와 노래로 엮게 하고 그 사이 사이의 반주를 크로노스 콰텟의 조성적이지 않은 연주로 메우는 식의 곡이었습니다.
지미 헨드릭스 "Purple Haze"
앙코르로 연주된 "지미 헨드릭스의 퍼플 헤이즈"는 이날 공연의 절정이었습니다. 이 때 환호가 어느때 보다 강력했던 것으로 보아 청중들의 상당수는 순수음악만을 듣는 팬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했습니다. 다시금 피에이 시스템에 불을 집히고 퍼플 헤이즈의 강열한 리프가 흘러 나왔습니다.
리더인 데이빗 해링톤은 어느때보다 강력한 보우잉으로 활줄을 하나씩 많이도 끊어지게 연주했고 비브라토도 기타의 수직적인 비브라토를 연상시킬 정도였습니다. 편곡이나 연주의 훌륭함을 제쳐놓고라도 클래식 공연장에서 지미의 곡을 들을 수 있다는 기분은 그야 말로 만점이었습니다.
마지막 앙코르 - 압도적 피날레
마지막 앙코르에서 이들은 곡의 제목을 밝히지 않고 연주를 시작했습니다. 조용히 흐르는 음들이 피에이시스템의 증폭을 받고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곡이 정점으로 달할 때 이들의 보잉은 현을 떠나 허공으로 마구 헤졌고 마임이 펼쳐졌습니다. 피에이 시스템이 부욁을 보일 정도로 큰 음이 무대의 바닥을 진동시키고 이윽고 조용히 곡은 끝났습니다.
천장의 불이 하나 둘씩 켜지면서 저는 이 공연이 이제야 끝이 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매우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공연 후기 - 라이브의 힘
녹음매체와 라이브의 차이
이 공연으로 저는 몇가지를 느꼈습니다. 첫째, 녹음매체로 듣는 현대음악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날의 공연을 TV에서 녹화하거나 영상으로 본다해도 그 감상은 절대 같을 수 없을 겁니다. 크로노스 콰텟의 공연은 음반과 공연의 느낌이 너무 달라 필설로는 표현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이 날의 연주는 외부에서 들려오는 것이고 연주자들은 마치 마임이스트였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현대음악의 대중성
둘째, 쇤베르크가 존 케이지에게 화성의 중요성을 강조했을 때 "그렇다면 나는 그 화성의 벽에 평생 머리를 박아 버리겠다"라고 대답한 유쾌한 말이 결코 우습게 보이거나 과장되게만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죠. 한마디로 미국의 뉴욕음악계에서 느낄 수 있는 고도의 사기를 믿어버리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현대음악도 대중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결론
크로노스 콰텟의 공연은 현대음악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뒤바꾼 혁신적인 경험이었습니다. 전통적인 클래식 공연의 틀을 벗어나 퍼포먼스 아트와 현대음악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예술을 보여주었으며, 현대음악 역시 충분히 대중적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특히 진은숙의 전자음악과 지미 헨드릭스의 "Purple Haze" 편곡은 이 공연의 백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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