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프로그레시브락의 스타일: 음악
(The Progressive Rock Style: The Music)
This page is a strict COPYRIGHT VIOLATION, constructed for PURE PRIVATE PURPOSE. Please DON'T reproduce or distribute the contents of this page.
이 글은 홍사여리[sayuhri@kornet.net]님께서 코리아닷컴의 아트락클럽[http://club.korea.com/artrock]에 올리신 글을 필자의 허락하에 올리는 글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리베로님께서 번역하신 5,6,7,8장과는 안겹치네요. 혹시 이 글을 퍼가실 생각이 있으시다면 필자의 허락을 꼭 얻으시길 바랍니다.
🔴 translated by 홍사여리[sayuhri@kornet.net]
📖 목차 (Table of Contents)
서론
앞장에서도 언급했듯이, 생성 당시 프로그레시브 록의 스타일은 궁극적으로 리듬 앤 블루스, 포크, 그리고 클래식 음악에서 많은 요소를 빌어 왔다. 인도 음악 도입은 초기에 시도되다가 나중에 가서는 거의 그 영향을 찾아 볼 수 없게 되었고, 재즈는 프로그레시브 록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지만 다른 음악 장르에 더 많은 영향을 끼쳤다.
리듬 앤 블루스, 그 중에서도 특히 60년대 브리티시 블루스로부터 헤비한 비트, 일렉트릭 섹션의 확충, 연주 부분에 대한 강조, 절묘한 솔로 연주, 곡의 길이를 길게 가져가는 것등을 도입하였다. 60년대에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포크로부터는 어쿠스틱 악기의 도입과 이로 인한 명상적이고 전원적인 분위기가 도입되었고, 멜로디 진행 양식등이 도입되었다.
하지만,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것은 유럽 예술 음악이라 해야 할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은, 클래식음악의 여러 사조로부터 많은 요소들을 끌어들였다: 교향악,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절의 교회음악, 클래식 피아노/기타 음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으며 심지어 중세음악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였다. 이러한 요소들이 프로그레시브 록에 투영되면서 다른 대중음악뿐 아니라 초기 프로그레시브 록과도 다른 모습을 띠게 된 것이다.
연주와 음색 (Instrumentation and Tone Color)
프로그레시브 록의 가장 귀에 띄는(?) 특징은 아마 유럽 예술음악에서 도입된 음색일 것이다. 교향악, 르네상스 보컬음악과 바로크 시절의 교회음악, 클래식 피아노 곡, 기타(Guitar) 곡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슨 무슨 음악의 영향을 받았다고만 말하고 만다면 프로그레시브 록의 진면목을 놓치는 실수를 범하는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클래식 악기와 록의 일렉트릭 악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은 음악의 겉모양을 꾸미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어떤 악기의 음색은 남성적 느낌을 주고 어떤 악기는 여성적 느낌을 준다.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사용하는 일렉 기타, 디스토션 걸린 하몬드 오르간과 신서사이저의 거칠고 폐쇄적인 음색은 "남성적"인 것이고 멜로트론이나 어쿠스틱 악기에서의, 강한 어택이나 귀를 찢는듯한 고음이 없는, 그래서 개방적이고 느슨한 음색은 "여성적"인 것이다. 이러한 남성적/여성적 음색을 구조적으로 대조시켜 사용하는 이런 구조는 다른 장르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에선 남성적 섹션과 여성적 섹션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고 이 두 가지를 구조적으로 배치하여 장편 작품을 만들어 내었다.
이러한 남성/여성적 음색의 사용이 당시 하위 문화의 큰 관심거리였던 사회 조직의 남성화/여성화에 관한 논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70년대 프로그레시브 록의 "지지자"들이 대개 남성들이었다는 사실은 이 장르의 음악이 남성성에 대한 새로운 정의에 한몫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스토션 사운드와 헤비 비트로 대변되는 록음악에 이러한 여성성을 도입한 것은 당시 히피들이 머리를 기르거나 밝은색 옷을 입는등 기성세대의 남성상에 도전한 것과 일맥 상통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프로그레시브 록은 옛날 종교 행사나 제사 의식을 연상케하는 전통적인 보컬 하모니와 악기 연주를 자주 끌어들였다는 것이 중요하다. 하몬드 오르간은 파이프 오르간을 연상시키는 악기이며, 보컬 편곡은 옛 종교음악의 유산이다. 특히, 영국 국교회의 교회음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렇게 제사의식을 연상케하는 악기를 사용한 이유는 다음장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당시의 록음악은 듣는이들에게 유사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하몬드 오르간의 역할
프로그레시브 록으로의 클래식 악기의 도입은 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에 확연히 나타난다. 이러한 경향은 67년에 녹음된 무디 블루스의 Days of Future Passed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후 프로콜 하럼, 나이스, 딥 퍼플, 핑크 플로이드, 예스로 이어지고 7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르네상스, 캐러밴, ELP등에 의해 계속된다.
60년대 중반 이전까지 록밴드의 악기 편성은 한 대나 두 대의 전기 기타, 베이스 기타, 그리고 드럼 정도였고 여기에 가끔 피아노가 첨가되었지만 이는 거의 리듬섹션을 맡는 게 고작이었다. 60년대 말기에 이르러서야 건반악기가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졌는데, 하몬드 오르간, 멜로트론 그리고 무그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이것이 "프로그레시브 록 사운드"를 가능케 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였다. 건반 주자가 기타리스트와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음악의 사운드를 리드하기 시작하였다. 어릴 때 클래식 피아노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록앙으로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못한 사정에 있는 기타리스트들을 압도한 것이다.
특히 하몬드 오르간의 경우는 싸이키델릭 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고 브리티시 록이나 프로그레시브 록의 형성에 큰 역할을 하였다. 회전이 가능한 레슬리 오르간 스피커의 도움으로 음색이 더 생생해지고 깊어졌다. 성당의 파이프 오르간 분위기를 내는 것이 가능해졌다. 프로콜 하럼의 매튜 피셔가 연주한 "A whiter shade of pale"의 오르간 파트는 바흐의 주제를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하몬드 오르간이 파이프 오르간을 대체하는 전형적인 예가 되었다. ELP의 키스에머슨이 사용한 하몬드+마샬 앰프 조합도 건반 터치를 과장함으로써 "따뜻하면서도 더러우며, 오버드라이빙하고 기계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내었고 큰 인기를 모았다.
하몬드 오르간의 강점은 그 음색의 다양함에 있다. 하몬드는 일관된 음색과 세기를 가지고 배경 코드음을 형성하거나 테마 멜로디를 연주하기에 효과적인 음색을 갖고 있었다. 동시에, 멜로디 라인을 리드하는 솔로악기로도 사용될 수 있었다. 키스 에머슨이나 마이크 래트리지의 예에서 보듯이 격정적이고 전광석화 같은 속도의 속주가 가능했다. 이러한 속주는 이전에는 일렉 기타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프로그레시브 록의 특성인 남성적인 사운드와 여성적인 사운드를 통합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또한, 하몬드 오르간에 디스토션이나 퍼즈를 걸면 육중하고 복잡한 음색을 내면서 일렉 기타의 힘이나 서스테인에 맞먹을 수가 있다. 반면에 코러스를 많이 넣고 디스토션 없이 조용하게 연주하면 일렉 기타보다 더 섬세하고 여성적인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
멜로트론과 무그 신서사이저
멜로트론은 60년대 초반에 발명된 악기인데, 미리 녹음된 현악이나, 목관, 합창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고안된 악기이다. 오르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페달이 없다. 초기의 신서사이저가 한번에 하나의 건반에서밖에 소리를 낼 수 없었던 데 반해 멜로트론은 코드를 누를 수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교향악단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었다. 또한 느리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연주할 수도 있다. 멜로트론의 음원이 테이프이기 때문에 하몬드 오르간같은 빠른 연주를 할 수는 없다. 따라서 솔로 연주로 쓰인 적은 거의 없고 대부분 배경을 깔아주는 역할을 한다.
멜로트론을 배경 연주 악기로 사용한 것은 비틀즈가 Strawberry Fields Forever에서 이미 시도했지만 멜로트론을 사운드의 한 부분으로 본격적으로 통합한 것은 무디 블루스였다. (Days of Future Passed) 곡중에서 조용한 부분에서 주로 연주되어 달콤 쌉싸름한 분위기나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하몬드 오르간이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주로 남성적인 역학을 담당했다면 멜로트론은 여성적인 역할을 담당하다가 70년대 후반 폴리포닉 신서사이저가 시장에 등장하면서 점차 자취를 감추게 된다.
무그 신서 사이저는 유일하게 다른 장르의 뮤지션들보다 프로그레시브 록 뮤지션들이 가장 먼저 사용하기 시작한 악기이다. 로버트 무그에 의해 발명된 이 악기는 초기에는 단음밖에 못내고 악기의 크기도 엄청나게 컸으나, 나이스에 있던 키스 에머슨이 69년 라이브에서 사용하면서 악기의 장점이 많이 발굴되었고, ELP 결성 후 모듈라 무그를 사용하면서 그 잠재력이 완전히 개발되었다. 모듈라 무그는 다른 어떤 악기도 낼 수 없는 독특한 음색을 갖고 있었다. 특히 베이스 라인에서 그 위력을 발휘했다. Tarkus나 Karn Evil 9에서 들을 수 있는 무그 베이스는 일반 베이스 기타로는 절대 낼 수 없는 육중하고 묵직한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기타 악기들과 보컬
무그 신서사이저 이외에도 프로그레시브 록에서는 다른 신서사이저들도 사용되었다. 특히 ARP 2600이나 오디세이 같은 악기들이 그것이다. 이들 악기는 무그와는 다른 독특한 음색을 갖고 있었다. 특히 ARP는 현악기나 관악기의 음색을 흉내내는데 뛰어났고, 무그보다는 좀더 부드러운 음색을 갖고 있었다. 키스 에머슨은 무그와 ARP를 동시에 사용하여 다양한 음색의 변화를 추구하였다.
클래식 피아노 역시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특히 키스 에머슨, 릭 웨이크먼, 토니 뱅크스 등은 클래식 피아노 수사학적 장치들을 많이 차용하였다. 오른손은 구르는 듯한 아르페지오와 절묘한 스케일 진행을 연주하고, 왼손이 멜로디를 많이 연주한다. 페달을 많이 사용하여 웅장한 효과를 내는 블록 코드와 지속적인 인상파적인 코드 백드롭을 사용하여 서로 다른 음감의 경계를 흐리게 하거나 섞어버리는 효과를 준다.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토카타 스타일도 프로그레시브 록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연주에 사용되는 스케일, 특정한 리듬을 모티브로 시작하여 연속적으로 풀려 나오는 진행, 스트레이트 포워드한 코드 진행을 절묘한 아르페지오로 엮는 것등이 그 것이다. 이는 하몬드 오르간 섹션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키스 에머슨의 론도에서의 솔로는 바흐의 토카타와 푸가 라 단조에서 차용한 것이고, 아르젠트의 Pure Love 조곡에서의 판타지아 부분에 나오는 하몬드 솔로 역시 매우 바흐적인 것이다.
바이올린과 플룻은 이전의 다른 록음악에선 거의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던 것을 프로그레시브 록 뮤지션들이 도입한 악기들이다. 리드와 백드롭을 둘 다 수행할 수 있는 일렉 기타나 키보드와는 달리 플룻과 바이올린은 주로 오블리가토 (보컬 스탠자와 연주 부분 사이에서의 보충) 역할이나 키보드/기타의 리드라인에 대한 대타 역할로 그 사용의 폭이 제한되었다. 특히 전기 바이올린은 에디 잡슨이나 데릴 웨이, 데이빗 크로스등에 의해 어쿠스틱 바이올린과는 판이하게 다른 새로운 악기로 탈바꿈하였다. 킹 크림즌 중기 음악에서 데이빗 크로스의 헤비 디스토션이 걸린 바이올린은 프립의 기타소리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음색과 과격한 진행을 들려주었다.
반면에 플룻은 클래식 음악에서 전통적으로 담당했듯이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무디블루스의 로이 토마스나 킹 크림즌의 이안 맥도날드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단지, 제쓰로 툴의 이안 앤더슨과 포커스의 티스 반 리어만이 좀 더티한 음색의 플룻을 구사하였다.
이외에도 하프시코드, 리코오더, 류트 (기타의 옛 모습으로 포커스의 얀 아커만이 사용), 크럼혼, 리갈 Regal등이 간간이 사용되었다.
리듬 섹션과 보컬의 특징
리듬섹션을 맡는 베이스와 드럼 역시 다른 록음악에서 담당했던 기본적인 역할에 더하여 프로그레시브 록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한몫 하였다. 헤비 메탈의 베이스가 주로 곡의 화성적이고 리듬적인 기초를 구축하는데 그 역할이 한정된데 반해, 프로그레시브 록의 베이시스트들은 자주 멜로디 라인으로 떠 올라오곤 하였다. 예스의 크리스 스퀘어가 대표적인 예이다. "베이스는 기타나 키보드와 마찬가지로 솔로 연주나 멜로디 연주용 악기이죠" - 크리스 스퀘어.
프로그레시브 록 드러머들 역시 클래식 음악에서의 타악기 주자 수준의 연주를 들려준다. "표면적으로는 저는 드럼셋 연주자이지만, 제 목표는 유럽 심포니의 퍼커셔니스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겁니다."-빌 브루포드. 다른 장르에 비해 베이스 드럼의 역할이 축소되고, 드럼셋의 윗부분(톰, 스네어, 심벌즈와 하이햇)의 역할이 강화된다. 그리고 록음악의 기본적인 드럼셋 이외에 여러 가지 타악기를 도입하였다. 팀파니나 차임같이 음의 고저가 있는 악기에서부터 공, 카우벨, 우드 블록같이 고저가 없는 악기등 다양한 타악기 소리를 들을수 있다. 덕분에, 다른 록 장르에 비해 훨씬더 다양한 음색의 타악기에 의한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프로그레시브 록이 실험성에 대해 큰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앨범 전체가 연주곡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긴 하지만 보컬 역시 프로그레시브 록에 중요한 특징을 부여한다. 보컬의 중요성은 밴드에 따라 많이 다른데, 보컬이 전혀 없이 활동한 밴드는 그리 많지 않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보컬은 대개 테너 영역, 또는 하이 테너 영역이다. 즉, 존 앤더슨같이, 팔세토에 의하지 않고도 자신의 음역의 최고음까지 닿을 수 있는 보컬이 많다. 프로그레시브 록이 클래식 음악과 많은 연관을 가지고 있지만 보컬 스타일만은 클래식에서 들을 수 있는 (이태리 오페라 풍의) 풍부한 음색이나 심한 비브라토를 들을 수가 없다.
헤비메탈이나 여타의 "블루스 태생의" 남성적인 보컬도 들을 수가 없다. 반면에, 직선적이고 바이브레이션을 거의 쓰지 않는 깨끗한 두성을 많이 사용한다. 반면에 그 리듬은 매우 섬세하다. 이는 카톨릭이나 영국 국교회의 합창단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점이라고 판단된다. 포크 쪽으로 치면 밥딜런 스타일보다는 존 바에즈나 아트 가펑클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매우 플라토닉하고 중성적이며 프로그레시브 록이 좋아하는 남성적/여성적 악기의 병렬배치라는 구도에 잘 맞아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보컬 스타일은 물론 그 음악 자체의 멜로디의 특성에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 다수의 프로그레시브 록은 본래의 멜로디와 가사 자체의 리듬에서 기인하는 비교적 비멜로딕한 라인을 오가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다른 팝 뮤직에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지만 포크나 오페라에서는 레시타티브 섹션에서 많이 사용되는 기법이다. 이러한 음악에서 받은 영향 때문에 프로그레시브 록의 보컬리스트들은 절묘하게 노래와 연설의 경계를 넘나드는 테크닉을 발전시켰다. 피터 가브리엘과 피터 해밀이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특히 피터 해밀은 합창단 소년 스타일의 순진 무구한 보컬과 황량한 하드록 스타일을 빠르게 오갈 수 있는 테크닉을 구사하였다.
일부 밴드들은 한명의 보컬만을 보유하였으나, 대부분은 둘이나 셋을 보유하였으며 네명이 한 밴드에서 보컬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보컬이 한명만 있는 경우에도 더빙에 의한 합창 효과를 많이 사용하였다. 네명의 보컬을 보유하였던 무디 블루스가 아마도 합창단 수준의 보컬 하모니를 시도한 첫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일 것이다. In Search of Lost Chord를 들어보라. Ride my See-Saw와 Legend of a Mind의 클라이막스에서 들려주는 찬송가 수준의 보컬 어레인지먼트는 놀라운 수준이다. 예스, 캐러밴, 젠틀 자이언트등은 이러한 기법을 더욱 발전시켜 호모포닉한 편곡을 하거나, 동시에 두 세개의 멜로디를 진행시키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풍부한 보컬 어레인지먼트는 아마도 영국 음악의 역사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13세기 무렵부터 르네상스 초기에 이르기까지 영국의 가수들은 부드럽고 낭랑한 스타일의 보컬 어레인지먼트를 무척 선호하였고 이러한 스타일은 유럽의 여러나라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면에서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은 그들의 오래되고 고색창연한 음악적 전통을 다시 일깨우는 역할을 하였다고 간주되는 것이다.
클래식 형식과의 관계 (Classical Forms)
프로그레시브 록을 조금 들어본 사람은 누구나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이 클래식 음악의 형식을 록의 프레임에 적용하려는 시도를 표현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따라서, 클래식 음악의 형식이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프로그레시브 록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한 사항이다. 비틀즈의 서전트 페퍼 앨범이후 프로그레시브 록에서 앨범 전체에 대한 컨셉츄얼한 접근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고, 이후의 많은 밴드들이 컨셉트 앨범을 많이 제작한 걸로 봐서도 19세기 고전음악 양식이 프로그레시브 록에 끼친 영향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프로그레시브 록은 클래식 양식을 빌어왔을까?
이에 대한 해답은 싸이키델릭에 대한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찾을 수 있다. 싸이키델릭음악은 환각 상태로의 몰입을 시도한 음악이었으며 동시대의 재즈나 인도의 라가같이 즉흥 연주에 상당히 비중을 두는 연주 스타일의 영향을 받은 음악이다. 그래서 싸이키델릭 음악 역시 매우 긴 연주 섹션을 그들의 음악에 삽입하였다. 이러한 긴 연주는 환각으로의 여행과 관계가 있다. 즉, 시간의 흐름은 중지되고 목표 지향적 움직임은 순간적 감각으로의 몰입으로 대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일을 쫓는 뮤지션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단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훌륭한 싸이키델릭 밴드가 연주를 훌륭히 한다고 하더라도 처음의 감동이나 놀라움은 몇분이 지나면 멍해지게 되고 듣는이는 좀더 다양하고 다이나믹한 연주를 듣고 싶어한다. 비르투오소적인 솔로 연주와 멜로디간에 좀더 균형잡힌 음악을 원한다. 음악이 "어디론가 진행되는" 느낌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아이언 버터플라이의 "Inna Gadda Da Vida"를 들어보라. 훌륭하지만 지루한 드러밍 솔로에 당신은 곧 지쳐서 다른 음악을 찾게될 것이다. 연주곡을 계속 발전시키고 싶어하는 뮤지션들 사이에서는 싸이키델릭 공연이나 연주에서 들을 수 있는 멋지고,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하는 연주를 크게 손상하지 않으면서도 좀 더 조직적이고, 다양하며, 클라이막스를 좀 더 두드러지게 할 수 있는 음악 스타일을 찾는 방법을 찾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기초를 세운 뮤지션들은 그 해답을 즉흥 연주를 한 곡당 하나나 두 개정도의 섹션으로 제한하고, 나머지 부분을 19세기 교향곡의 형식에 맞춰 작곡하는 방법에서 찾았다. 싸이키델릭 역시 19세기 교향곡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낭만"적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시도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두 음악 다 비슷한 우주관을 가지고 있었고, 무한과 타계(他界)에 대한 동경, 그리고 서사적인 투쟁을 표현하는 것등 공통적인 관심사가 많았던 것이다.
이러한 뮤지션들은 특히 19세기 고전음악 장르 중 교향시와 다악장 표제 음악에 관심을 많이 가졌다. 물론 두 장르 다 여러개의 불연속적인 악장이나 서로 관련있는 섹션들로 이루어진 장편의 오케스트라 연주이다. 즉, 연주로서 어떠한 사상이나 이야기, 혹은 풍경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하였다. 박자나 빠르기, 오케스트레이션 편곡의 변화 혹은 코드의 변화를 통해 특정 주제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함으로서 비음악적인 요소를 음악으로 전달코자 했던 것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Atom Heart Mother나 카멜의 Snow Goose처럼 거의 완전히 연주로만 이루어진 작품들도 있긴 하지만 프로그레시브 록의 다악장 조곡 대부분은 연주부분과 노래부분을 결합한 것들이다. 연작 가곡과 표제 음악적 접근의 혼합으로 볼 수도 있겠다. 마찬가지로 프로그레시브 록의 컨셉트 앨범들도 19세기 교향곡이나 다악장 표제 음악의 형식을 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르투오시티 (Virtuosity)
프로그레시브 록은 클래식으로부터 비르투오시티의 전통도 가져왔다. 이러한 비르투오시티적인 연주 스타일은 처음에는, 악마의 영혼을 가졌다고까지 평가를 받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나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 같은 19세기의 걸출한 연주자의 낭만적인 연주 스타일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1920년대의 재즈 뮤지션들이 이들의 전통을 이어 받았다. 이어 리듬 앤 블루스, 싸이키 델릭 뮤직에까지 이러한 전통이 이어졌다. 지미 헨드릭스, 에릭 클랩튼, 지미 페이지, 제프 벡 같은 기타리스트 뿐만 아니라 베이시스트 잭 브루스 그리고 드러머 진저 베이커 역시 이러한 전통의 선상에 서 있는 뮤지션들이다.
이들의 음악에서 비르투오시티는 모두 동일한 일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즉, 솔로 연주자가 고대 무용담에 나오는 영웅의 역할을 한다. 두려움 없는 개인주의자로서 사회의 각종 규범이나 굴레들을 과감히 탈출하는 모델이 되는 것이다. (즉, 19세기 낭만주의 클래식 음악에선 오케스트라부분이, 재즈에서는 리듬 색션이 이러한 외부로부터의 굴레를 상징한다)
흥미로운 점은, 사이키델릭 밴드 중에 가장 비르투오시티를 강조했던 밴드들 - 헨드릭스의 익스피리언스, 크림, 야드버즈 - 은 프로그레시브 록의 발전보다는 헤비 메탈의 발전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사실, 최초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라고 평가되는 무디 블루스, 프로콜 하럼, 핑크 플로이드 (하나 더 붙인다면 비틀즈) 같은 밴드들은 그다지 솔로 연주에 강하지 않다. 나이스의 건반 주자였던 키스 에머슨만이 예외적으로 강력한 솔로 연주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에머슨은 오랫동안 클래식 음악으로 훈련을 받은 건반주자였고, 10대 시절엔 재즈 연주에 둘러 빠졌던 경력을 가진 경우이다. 1960년대 중반에는 잘나가던 브리티시 블루스 밴드인 T-Bones에 재적하면서 브리티시 블루스 리바이벌에 한몫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나이스에서 처음 발표한 1집 The thoughts of emerlist davjack (67년말 ~ 68년초 녹음)에서 벌써 에머슨의 장시간에 걸친, 하지만 세심하게 준비된 솔로 연주와 전광 석화같은 연결부 (패시지 p, passage work), 그리고 광범위한 구성은 데이빗 오리스트의 사이키델릭 기타와 어우러져 훌륭한 긴장을 조성해낸다.
2집에선 데이빗 오리스트가 이미 탈퇴한 후였기 때문에, 에머슨의 키보드가 전면에 나서서 클래식 음악에서 훈련된, 그리고 이후의 후배들이 추종하게 되는, 프로그레시브 키보드 솔로의 전형을 세우게 된다.
게다가 에머슨의 케이스는 비 건반 악기 연주자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싸이키 델릭의 명인이라 할 지미 핸드릭스와 에릭 클랩튼은 머디 워터스, 비비 킹같은 어번 블루스에서 영향을 받은 반면에, 프로그레시브 록 기타의 달인이라고 해야할 로버트 프립, 스티브 하우, 얀 아커만은 클래식 기타나 재즈 기타의 연주 스타일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프립이 잘 사용하는 불꽃같은 크로스 피킹 주법은 (프립은 플렉트럼을 사용하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클래식 기타 주법에서 영향 받은 것이고 프로그레시브 록 기타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드럼의 명인인 빌 브루포드, 칼 팔머, 가이 에반스 역시 클래식 음악과 재즈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대부분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은 앨범의 상당 부분을 솔로연주에 할애하였다. 기타, 키보드, 관악기등 멜로디를 연주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악기들이 솔로 연주에 등장한다. 베이스와 드럼의 솔로는 주로 패시지 워크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이것조차도 다른 장르에선 보기 드문 구성이다. 과장되거나 지나치지 않고 전체적인 구성에 짜임새 있게 맞춰진 경우는 대부분 걸작으로 평가받게 되었지만, 그러한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이 과장되고 너무 긴 시간동안 무리하게 진행되었다. 비평가들이 프로그레시브 록에 대해 자아 도취적이라고 공격하는 경우에 대개 예로 들어지는 것이 이런 솔로 연주부분들이다.
복잡한 리듬과 박자
프로그레시브록의 또하나의 중요한 비르투오소적 특징중의 하나가 평범하지 않은 박자를 좋아하고 자주 쓴다는 점이다. 당시까지 대부분 유럽음악의 박자가 2박, 3박, 혹은 4박이었는데, 19세기 후반, 20세기 초의 클래식 작곡가인 무소르그스키, 림스키 코르사코프, 스트라빈스키등에 의해 비대칭 마디와 변박자 개념이 도입되었다. 즉, 비트 그루핑이 5박, 7박, 11박 혹은 그 이상으로 이루어지고 몇마디 마다 박자가 바뀌는 음악이 창작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음악적 기법은 60년대초 재즈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데이브 브루벡에 의해 재즈에 도입되었다. 브루벡은 프랑스의 작곡가인 Darius Milhaud와 이 작업을 진행하였는데, Milhaud는 사실 스트라빈스키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인물이었던 것이다.
대중음악에서는 비틀즈가 처음 이런 시도를 하였다. Strawberry fields forever나, Within you, Without you에서 5박자 곡의 시도한 것이다. 사이키델릭 뮤직에서는 가사가 음악의 흐름을 존중하게 되면서 이러한 변박이 많이 시도되었다. 또한, 댄스적인 느낌을 없애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하였다. 감상용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일이 생기길 바라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복잡한 구성과 라이트 쇼로 관객의 넋을 일게 만들었다.
프로그레시브록 만큼 비범한 박자와 마디 구성을 가진 장르는 없을 것이다. 브루벡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에머슨은 나이스의 첫 앨범 첫 작품인 Azrael, the angel of death를 5/4박자로 작곡하였고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제쓰로 툴의 Living in the past 역시 5박과 7박으로 이루어졌다. 70년대 들어서면서는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불규칙적인 곡 구성이 보편화 되었다. ELP의 첫 앨범인 Tarkus의 첫곡인 Eruption은 당시 5/4박자에 심취한 칼 팔머의 요청에 따라 에머슨이 5/4박자로 작곡한 것이다.
이후 70년대 초엔 더 복잡한 비대칭 박자들이 시도 되었다. 71년 발표된 VDGG의 Man-erg와 젠틀 자이언트의 Pantagruel's Nativity는 11/8박자로 구성되었고, EGG의 I will be absorbed와 킹 크림즌의 Starless 중반부는 13/8박자로 구성된다. 아마 가장 복잡한 경우는 내셔널 헬스의 Tenemos Roads일 것이다: 25/16박자!
리듬 구조의 복잡화는 비대칭 마디를 넘어서 싱코페이션으로까지 확장된다. 싱코페이션이 걸린 리듬과 이를 거부하는 멜로디 라인이나 코드 진행은 긴장을 발생시키는 동시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음악이 앞으로 '전진'한다는 느낌을 강력히 주는 효과를 가진다. 다중 리듬도 사용되었다. 즉, 서로 다른 악기가 서로 다른 박자로 동시에 연주하는 것이다. 신경질 적이고 불균형한 느낌을 노린 것이다.
정리하면, 프로그레시브 록의 전형적인 리듬 스타일은 스테디 비트와, 재즈에서 많이 사용되는 싱코페이션, 그리고 유럽 포크 음악에서 많이 사용되어 스트라빈스키나 바르톡, 홀스트에 의해 19세기에 클래식 음악에 도입된 비대칭 마디와 변박의 빈번한 사용, 이 세 가지의 퓨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모달 (Modal) 하모니
이러한 솔로 연주나 박자 운용에서의 비르투오시티 이외에도 프로그레시브 록엔 작곡의 비르투오시티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다악장 구성의 장편 작품에 대한 선호가 그 단적인 예이다. 음악 자체적으로나 전반적인 컨셉트 면에서 20분~30분 정도의 시간이 되는 작품을 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많은 밴드들이 캐논이나 푸가의 방법론을 도입하였다. 프로그레시브 록의 음악적 텍스처는 대부분 네 파트 호모포닉 구조이다. 하나의 주 멜로디, 그를 받쳐주는 베이스라인, 코드로 배경을 채우고, 타악기로 리듬을 쳐주는 것이다. 이는 다른 록음악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구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레시브 록에서는 많은 경우에 풀스케일로 된 푸가 스타일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위대한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와 그 아류작을 구분하는 것이 이러한 대규모 작품 구조의 방향성을 갖느냐 마느냐 하는 점이다. 예스의 장편 조곡과 릭 웨이크먼의 경우를 비교해보자. 사실 릭 웨이크먼이 예스의 키보디스트로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였고 그 비슷한 시기에 솔로 앨범들을 발표하였지만 그 작품들은 릭 웨이크먼이 훌륭한 "연주자"라는 사실을 입증할 뿐이다. 여러 멜로디나 주제들간을 빠르게 왔다 갔다 하지만 그들간의 발전이나 상호 긴장에 의한 작품 전체 수준에서의 긴장의 고조나 형식미를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스에서의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예를 들어 그들의 최고 걸작의 하나인 Close to the Edge를 살펴보자. 이 작품에서 예스는 멜로디를 상당히 "경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처음에 제시된 멜로디가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변형되고 확장되어 1,2,4악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동시에, 음악적 아이디어들은 서로를 위험하게 따라다니지 않고 세심하게 배열되어 다음 부분으로 훌륭하게 확장되어 나가는 느낌을 준다. 연주 자체와 전반적인 역동성이 잘 조화되어 곡이 앞으로 진행되어 나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이렇게 예스의 음악에서는 드라마와 확장의 쾌감을 얻을 수 있는데 반해 릭 웨이크먼의 작품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Criminal Record에서의 Judas Iscariot에서만 예외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많은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들이 70년대에 대규모 작품을 생산하였지만 그들의 최고 걸작에서만이 이러한 서사시적 규모를 성공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Chapter 2 결론
프로그레시브 록의 음악적 스타일은 다음과 같은 핵심 요소들로 구성된다:
🎹 악기와 음색
- • 하몬드 오르간, 멜로트론, 무그 신서사이저
- • 남성적/여성적 음색의 구조적 대조
- • 클래식 악기와 전자악기의 융합
🎼 클래식 형식
- • 19세기 교향곡과 표제음악 차용
- • 다악장 구성의 컨셉트 앨범
- • 즉흥연주와 구조적 작곡의 결합
🎸 비르투오시티
- • 클래식과 재즈 전통의 계승
- • 복잡한 비대칭 박자와 변박
- • 기교적 솔로 연주의 강조
🎵 모달 하모니
- • 대규모 작품의 구조적 완성도
- • 푸가와 캐논 기법의 활용
- • 서사시적 규모의 음악적 서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