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rard/Ars Nova
Keyboard Triangle
익명
1999
Gerard/Ars Nova - Keyboard Triangle 1999 Made in Japan Records
몇년전서부턴가 불기 시작한 트리븃 앨범의 유행은 마치 80년대 중반에 해외에선 Stars on 45, 국내에선 주현미가 이끌었던 메들리 열풍과 비슷하게 아직도 식을줄 모르고 있습니다. 메들리와 트리븃 앨범의 공통점은.. 역시 쉽게 생각할 수 있는대로.. 별 창의적인 인풋이 없어도 아이디어 만으로 쉽게 앨범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겠죠.
또 무얼까.. 새로운 앨범을 사고 싶지만 감언이설로 포장되어있는 고리타분한 재발매 앨범이나 언뜻 사기에는 너무나 위험한 신진그룹의 새 앨범을 사기를 두려워하는 좀 오래된 팬들..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린 일종의 전략이라고도 할 수 있죠.
예전에 쥬다스 프리스트나 로니제임스디오의 열혈팬이었던 삼십대 중반의 아저씨들이.. 신진 그룹의 락 앨범을 사고 싶어도 워낙 다양한 쟝르의 다양한 음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실에서 방황하고 있을때.. 이름만 약간 들어본 듯한.. 그래서 더 실력이 궁금한 신진 밴드들이 자신들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쥬다스 프리스트나 로니제임스디오의 트리븃 앨범에 참여하고 있다는걸 보고는.. '과연 이 친구들이 내가 좋아하던 원곡을 어떻게 재해석 했을까.' 하는 궁금증에 쉽게 망설임 없이 앨범을 집어들기도 하죠. 바로 그 틈새 시장이요.. ^^;
저만해도 그래서 궁금증에 사보게된 레드제플린 트리븃.. 등등이 몇장 있었죠.. ^^; 프록쪽도 역시 마찬가지였죠. 마그나 카르타 레이블에서도 국내에 라이센스로 많이 소개되었던 프록 메이저 그룹들의 트리븃 앨범 (Pink Floyd, Yes, Genesis, Tull etc.)를 비롯해 멜로우 레코드던가요 ? 이태리 신진그룹들을 긁어모아 VdGG 트리븃도 나왔었고.. Rush 트리븃 Marillion 트리븃까지 나오곤 했죠.
얼마전 술약속을 위해 전철역에서 오랫만에 만났던 친구가 이어폰을 꼽아주며 들어보라고 했던 앨범이 또 바로 이 트리븃 앨범이었습니다. 언뜻 3초만 들어도 쉽게 기억나는 화려한 키보드 솔로가 확 깨게 만드는곡 ... 그 곡은 바로 Rick Wakeman의 Catherine Parr였습니다. 그런데 원곡보다 조금 공격적인 패턴으로 연주가 되더군요..
"이거 누구야 ? 릭 웨이크먼 아들인가 ?" "아니.. 씨디 케이스가 어디있더라 ?"
친구가 주섬 주섬 꺼낸 씨디 케이스에는 ELP의 타커스 괴물이 플라스틱 모형 같은 몰골로 전면에 나와있고.. 전체적인 슬리브 아트웍은 ELP 타커스 앨범의 패러디(?) 였습니다.
"아.. Gerard와 Ars Nova가 참여한.." "그래 트리븃 앨범이야.. Gerard는 나도 알자나 근데 Ars Nova ? 여자들 참 재수없게 생겼더라 " "왜.. 예전 사진 보니 이쁜 점도 있던데.. 어디.. 우엑~~"
내가 예전에 구워줬던 Gerard의 Pendullum 등의 앨범으로 나름대로 Gerard의 팬이었던 친구녀석이 한 레코드 가게에서 수입 앨범을 선뜻 집어들었었던 모양입니다.
수록곡은 다음과 같아요.
1. Toccata (ELP) - Gerard 2. Birds Medeley (Trace) - Ars Nova 3. La Conquista Della Posizione Eretta (Banco) - Gerard 4. Epilogo (Il Balletto di Bronzo) - Ars Nova 5. Catherine Parr (Rick Wakeman) - Gerard 6. Tarkus (ELP) - Ars Nova 7. Four holes in the sky (PFM) - Gerard
아니 Banco에 PFM, Il Balletto di Bronzo 까지 ?? 게다가 Trace ??? 이들은 정말 자신이 좋아했었던 곡을 고른 모양으로 Gerard의 리더 토시오 에가와와 Ars Nova의 리더 케이코 쿠마가이가 한곡씩 번갈아가며 사이좋게 키보그 프록의 클래식을 골라서 연주해 주고 있습니다.
Gerard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캐나다인 보컬리스트를 영입해서 국제시장을 노리며 무제아 레이블에서 활동하더니 별 성과가 없었는지 다시 트리오.. ELP 편성으로 돌아온 듯하고요.. 얼마전 Godess of Darkness 라는 앨범으로 꽤 많은 팬을 확보한 일본의 여자 ELP 스타일 밴드 Ars Nova 도 본 앨범에서 Triton의 다른 멤버들까지 끼워들여 열심히 땀나게 연주해 주고 있습니다.
ELP의 토카타는 원곡이 워낙 강력했던 탓에 큰 무리없이 소화되고 있는 듯 하고요. Ars Nova 여자들이 자기들의 첫곡으로 내세운 Trace의 곡은 아기자기한 전형적인 심포닉이었던 원곡을 무척 헤비하게 연주해 주고 있습니다. 아.. 이 여자들한테 걸리면 뼈도 못추릴것 같아요.. ^^; Banco의 Darwin ! 앨범에 실렸던 걸작 La Conquista...도 토시오 에가와는 거의 Dream Theater 수준으로 몰아붙여가며 연주해 주고 있네요.
Il Balletto di Bronzo의 클래식 YS 앨범에서 가장 많이 방송을 타고 인기있었던 부분 ^^; 인 Epilogo도 무서운 Ars Nova의 여자들은 원곡을 훨씬 더 강력하게 연주해주고 있습니다. YS 앨범 전체를 듣기엔 좀 부담스러워 키보드가 갑자기 치고 올라오는 그 부분만을 즐겨 들으시던 분들이 들으보심 재밌을것 같은 부분이네요. 제가 처음 듣게되었었던 Catherine Parr는 릭웨이크먼의 원곡을 조금 더 빠르고 정신없게 연주한듯한 토시오 에가와의 테크닉이 빛나는 트랙이구요.. Ars Nova의 마지막곡 Tarkus는 그렉 레이크의 보컬 파트를 Triton에서 초빙한 미카 나카지마의 스캣으로 처리한 개성있는 버젼입니다. 마지막으론 추억의 그곡.. PFM의 The World Became the World 에 실렸던 '땅위의 네 구멍'을 Gerard가 연주해 주네요. PFM meets Dream Theater ?
Gerard와 Ars Nova의 두 대장, 토시오 에가와와 케이코 쿠마가이의 성장과정, 학창시절, 음악취향 등등을 엿볼수 있는 재미있는 앨범이었습니다. 듣고 나니 엄청 귀가 아프군요. 정말 시끄러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