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rse With Wound
Sugar Fish Drink & Large Ladies with the Cake in the Oven
존 스테이플턴이 이끄는 영국의 실험적 아방가르드 그룹, 정형화된 음악의 파괴와 반역적 사운드의 극한 추구
김진석
**[Album Review] Nurse With Wound <sugar fish drink> & ...**
클라투와 탠저린 드림과의 만남으로 인해 중학교 2학년때부터 시작한 **프로그레시브록과의 기나긴 여정이 무언가를 얻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였다고 한다면, 저는 그것을 특수한 형태의 - **음악이라는 매개를 통한 "감동"과 "충격"을 음미하고 향유하기 위한 어떻게 보면 사치스런 과정**이었다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TD의 <logos>, <phaedra>, Yes의 <close to the edge>, Museo Rosenbach의 <zarathustra>, Saint Just의 <la casa del lago>** 등의 앨범을 통해서 차례로 맛보았던 **음악적 감동의 순간은 그 어떤 삶의 순간보다도 강력하고 충격적인 모습**으로 제가 다가와서, 정체된 제 모습을 자극하고 변혁을 유도하면서 평새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은 기억의 한자리 속에 남아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최근의 충격적 만남:**
그런 제게 **가장 최근에 다가와 음악적 충격의 세계를 펼쳐보인 그룹이 바로 이 글에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영국 그룹 Nurse With Wound**입니다. 제가 애용하는 영국의 메일 오더 레코드점 **Ultima Thule의 카탈로그에 나와 있던 그들의 LP 가격이 하도 비싸서**, 대체 무슨 그룹일까 하는 궁금함과 단순한 호기심으로 구한 그들의 앨범은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또 하나의 커다란 충격적 체험을 안겨준뒤 유유히 뒷걸음질치고 나서 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음악적 감동과는 거리가 먼 세계:**
사실 그들의 음악은 제가 음악을 통해서 맛보고자 했던 **"음악적 감동"의 세계와는 거리가 멉니다.** **정형적인 양식의 파괴, 음악의 가장 본질적인 모습이라고 여기고 있던 일말의 요소마저 거부한 채** 그들이 추구해온 기나긴 독자적 세계는 듣는이가 누구이건간에, 좋게 말하면 **고개를 돌려본적이 없는 새로운 음악의 시야를**, 나쁘게 말하면 **되돌이키고 싶지 않은 쓰린 음악의 추한면을 들추어 보여 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프로그레시브를 넘어선 반역:**
**기억해서 되풀이 할수 없는 멜로디와 변칙적 리듬, 불규칙한 음렬은 "프로그레시브"라는 그 진보적 용어로도 규정할수 없는, 테두리 밖에 위치한 반역적이고 도발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엿보게 됩니다. 그들의 음악과의 만남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접했던 **아트 베어즈와 헨리 카우의 "육체적" 음악의 체험도 결코 이들보다 강렬하지는 못했다**고 기억합니다.
**극찬이 아닌 충격의 기록:**
이렇게 말하고 보면 마치 **NWW의 음악을 극찬하고 있다고 들으실지도 모르겠는데, 전 결코 그런 의도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 역겨운 음향의 연속을 통해 느꼈던 불쾌한 체험이 아물지 않는 상처처럼 남아있을 뿐, 또다시 다른 분께 그들의 음악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두 앨범의 경험:**
제가 들어본 그들의 앨범은 2매인데, 하나는 **EP 및 싱글로 발표한 작품들을 리믹스해서 담은 <sugar fish drink>**와, **<large ladies with the cake in the oven>**입니다. Audion지가 발행한 <audion>는 그들의 음악과 디스코그래피를 상세하고 소개하고 있는데, **2매 정도 들어보니 처음에 품었던 음악적 호기심은 꼬리를 감추듯 사라지고 다시는 듣기 싫은 불쾌한 기억으로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존 스테이플턴의 세계:**
**핵심 멤버이자 리더인 존 스테이플턴이 직접 그렸다는 언짢은 재킷과 과식한 이의 트림소리같은 효과음, 금속성 파열음, 무질서한 무성음 등이 혼란스럽게 나열된** 그들의 음악속에서 제가 얻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악 감상능력의 확장:**
단지, 요즘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북유럽(스칸디나비아) 프로그레시브와 캔터베리 메인 스트림의 음악을 별반 거부감없이 수용할 수 없는 힘을 키우게 해준 것이**, 마치 처음 음악을 들을 무렵 **탠저린 드림과 마이크 올드필드의 음악을 들으면서 대곡감상의 힘을 키웠듯, 음악 감상의 폭을 넓혀준 이 NWW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가장 최근에 겪었던 음악적 충격, 바로 이 NWW와 함께였음**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