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us Avantra
Introspezione
이탈리안 아방가르드 프로그레시브 록의 대표작, 전위와 전통의 절묘한 결합
고광일
vrooom@hitel.net
**OPUS AVANTRA - Introspezione**
이제 진보 음악이라는 이름 아래 프로그레시브록 계열의 음악이 이 땅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한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난듯 하다. 이러한 프로 그레시브록 보급의 역사(!)에 있어 선봉장 역할을 했던 이탈리안 프로그레 시브록은 프로그레시브록의 종주국이라고 여겨지는 영국에 버금가는 그 시 장의 크기로 한때 프로그레시브의 보고로 여겨지며 추앙되었던 것이 사실이 다. 하지만 국내 프로그레시브록 시장을 주도 했던 S레코드사에서 초기에 쏟아내었던 일련의 이탈리안록 작품들은 극소수를 제외하곤 적어도 본인에 게는 크나큰 실망만을 안겨주었을 뿐이다. 그리하여 급기야 '이제 이탈리아 는 그만!'이라는 어처구니없는 다짐까지 한 적이 있었으니...
그러나. 얼마전 다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이탈리안록의 또다른 물결은 본인에게 신선한 충격과 자성(!)의 기회를 마련하였다. **IL VOLO**, **ARTI E MESTIERI**, **SAINT JUST**, **PIERROT LUNAIRE**, **AREA**, **OPUS AVANTRA**등으로 이어지 는 행진은 본인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준 것이 사실이다. (위의 순서는 본인 이 접해본 순서인데 뒤로 갈수록 그 충격의 강도가 세어졌음은 새삼 밝힐 필요가 없을 것이다.) 자, 이제 이들, OPUS AVANTRA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 가 되었다.
**[Introspezione(자아성찰)]**
1. Introspezione 2. Les Plaisirs Sont Doux 3. La Marmellata 4. L'Altalena 5. Monologo 6. Il Pavone 7. Ah, Douleur 8. Deliee 9. Oro 10. Rituale 11. Introspezione(Integrale):Bonus Track
오푸스 아반트라는 위에서도 언급된 생 쥐스트, 삐에로 뤼네르와 함께 이 탈리안 프로그레시브록의 **아방가르드 3인방**을 형성한다. 위의 두 그룹의 음 반은 모두 라이센스화 되었으므로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겠지만 처음엔 '왜 이들이 아방인가?'라는 의문을 가지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다. 이들의 음 악은 일반적으로 우리의 관념에 각인된 독일의 싸이키델릭하거나 미니멀적 인 혹은 케이아틱(chaotic)한 아방가르드 음악과는 사뭇 달라보인다. 일반 적인 기준의 아방가르드가 모던한 구조와 방법론을 기반으로 포스트 모던 을 표현한다면, 이들은 다분히 모던한 방법론을 기반으로 과거를 표현한다 (?).
따라서 이들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아방가르드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음악 이 아방이냐 아니냐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들의 음악, 그 자체이다.
이들의 간판인 이름을 잘 살펴보자. 오푸스는 그 오푸스고... 아반트라? 아반트라가 모야? 여기서 이들의 음악성이 극명히 드러난다. **전위(AVANT- garde)+전통(TRAditional)**. 이들은 그래도 '우린 아방이야!'라고 생각했나 보다. 여기서 '아방'이란 현대 음악의 기법적 측면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이들의 음악을 듣다보면 (현대 음악을 들어본적은 없지만) 그런 느낌이 많 이 든다.
(이 그룹의 보컬리스트인 Donella Del Monaco는 성악가이며 [Scho- nberg Kabarret(쇤베르크 캬바레?)]라는 앨범을 발표한 적도 있다.) 또한 그 와중에도 6같은 곡은 제목에서 알수 있다시피 중세 이탈리아 민속음악인 춤곡 '파반'을 소재로 하고 있다.
그리고 계속되는 곡들의 흐름은 모두 이 두요소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어쨋든 이들은 이러한 어떻게 보면 상호 모순적(이지는 않은 것같지만)으로 까지 보이는 두 요소를 절묘하게 혼합하고 배분하여 주목할만한 '작품'을 이 땅에 내놓기에 이르렀다. 흐흐...
본작 **[자아성찰]**은 많은 이들로부터 이들의 최고작으로 꼽히는 앨범이다. 음... 왜 타이틀이 '자아성찰'일까. 동명 톱트랙인 'Introspezione'는 시작 되면서 '음, 역시 아방하군... 이래서 아방... 아방...'하다보면 끝나버린 다. 신기하게도 2분이 무지 짧게 느껴진다.(아방한데?... 그러니까 신기하 지...)
아무래도 모르겠다. 계속 들어본다. 2. 불어 제목이다. 이탈리아 아방그룹들은 프랑스를 꽤 좋아하나보다. 생 쥐스트의 앨범에서도 그랬고 삐에로 뤼네르도 그랬고 꼭 불어곡이 있다. 그건 그렇고, 갑자기 분위기가 바뀐다. 잉? 아름답쟎아! 하지만 여전히 범상치 않은 연주는 우리의 섣부른 판단을 유보 하게 한다. 3. 아까보단 덜하지만 다시금 아방한 그들의 분위기로 돌아 가 는 듯하다. 4. 하지만 그것도 잠시(2'33")... 분위기는 다시 2.의 '아름다 운' 분위기로 탈바꿈한다. 종잡을 수가 없다......
눈치채신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이런한 교차적인 구성은 앨범 끝까지 계속된다.(중간에 약간의 변형이 있긴 하지만) 그리하여 6.과 같이 한없이 아름다운 곡이 있는가 하 면 5.와 같이 마치 JACULA의 데뷰앨범을 연상시키는 곡까지 그 스펙트럼은 넓게 퍼 져있다. 그리하여 마지막곡 10.에서 이제껏 모든 영역을 헤집고 다니며 축 적한 에너지를 한꺼번에 토해낸다. 으으...
아직까지 앞에서 던진 질문, '왜 [자아성찰]인가'에 대해서 답하지 못했 다.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말도 역시 '글쎄...'이다. 잠시 생각해본 것은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선과 악의 대립(만화같은데서 보면 주인공 양쪽에서 천 사와 악마가 번갈아가며 주인공을 꼬시는 것이 나오듯이)속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하는 진부하기 이를데 없는 생각이다.
이앨범을 한 친구에게 들려주었더니 그 친구의 말: 얼마전 영화화되었던 소설 '벰파이어와의 인터뷰'에서 벰파이어들의 연극의식(Ritual!!) 장면이 연상된 다는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한가지 의문이 남는 것은 마지막곡 'Rituale'이다. 도넬라의 최후의 '절규'는 과연 '으하하 내가 이겼다!'하는 승리의 외침일까, 아니면 '으아악!'하는 패한자의 절규일까...하는 것.
이 모든 것을 넘어서서, 이 그룹의 음악 감독인 **알프레도 티소코**에게 경 의를 표한다. 또한 **도넬라 델 모나코**에게도...(다만 지금은 방실이 같아져 버린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릴뿐...)
**덧말1.** 처음으로 좀 긴글을 올려보자하고 써봤는데 역시 쉬운 일이 아니 군요. 그 누가 탈고의 고통을 산고에 비교했던가! **덧말2.** 뒤로 갈수록 글에 장난기가 농후해진듯해서 조금.. 그렇군요. 쩝. **덧말3.** 아무쪼록 마니마니들 읽어주셨으면 좋겠군요. **덧말4.** 끝으로...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덧말5.** 정말 끝으로... 가자, 2000번대를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