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passou

프랑스 • 챔버 록 • 1973

Wapassou - Same Title (1973)

기본 정보

레이블: Prodisc / Crypto
재발매: Si-Wan European Rock 3000 Series
장르: 프랑스 전위 록, 챔버 록
평점: ★★★★

멤버

Freddy Brua - Piano, Organ
Karin Nickerl - Guitar, Vocal
Jacques Lichti - Violin
+ 게스트 연주가 다수

트랙 리스트

1. Femmes-fleurs (보너스 트랙)2:42
2. Borgia (보너스 트랙)2:22
3. Melopee3:59
4. Rien (하이라이트)10:38
5. Musillusion3:54
6. Chatiment6:48
7. Trip13:37

참고: 원래 LP에는 3-7번 트랙만 수록되었으며, 1-2번은 1년 후 싱글로 발매된 곡들을 보너스 트랙으로 추가한 것입니다.

LongDal (전승훈)

예전에 사서 책상 구석에 놔뒀더니 먼지가 쌓인 앨범입니다. 비오는 날씨에 우연히 꺼내듣고 가슴을 찡하게 하는 뭔가가 있어 이렇게 글을 적습니다.

프랑스 록계의 여명에 묻힐 귀중한 앨범이라는 Marquee 카탈로그 설명에 처음 이 앨범을 들을 때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앨범도 나중에 다시 들을 때 좋아지게 될까.' 하는 의문도 같이 가졌었습니다.

핵심 트랙 - "Rien"

이 앨범은 1번곡부터 감상해야 되는 것이 아니라 10분짜리 Rien곡부터 듣기 시작해야 합니다. 그곡을 듣고 있으면 이런 단어가 생각납니다:

"슬픔. 불안. 음울. 파란색. 흰색. 한 여름날 낮잠에서 꾸었던 옛날 어린 시절의 꿈."

저는 거의 항상 꽉 차있는 음악을 즐겨 듣습니다. 모든 악기들이 자신이 연주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연주하고 있는 앨범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예외도 가끔 있어야겠죠. 한편의 동양화, 유명한 작가가 그렸다기 보다는 민화같은 이런 앨범도 가끔 비오는 날 들으면 메말라 있는 감성을 촉촉하게 비로 적셔주는 것 같아서 가끔 찾아 들을 것 같습니다.

windmill (박왕근)

저는 사실 전에 이들의 데뷔작중에 Rien이란 곡 하나 때문에 구하려고 했지만 씨디발매가 안되어서 결국 그 이후의 앨범을 구했는데 시종 늘어지는 현악기와 귀신 나올 것 같은 여성 스캣때문에 결국 다른 임자를 찾아갔습니다.

그후 1집이 엘피복각되었다는 악재와 함께 구입을 포기했는데요... 전 앨범위주로 음악감상을 하는 편인데 대체로 별로인데 한두곡 때문에 음반을 구입하는 경우도 '왕왕' 있죠?

Lennon (이강영)

와파소의 최고작은 D단조 미사라고들 하던데 저도 데뷔작과 살람보만 들어봤습니다. 이들의 음악을 쳄버락이라고 하기에는... 글쎄요, 어떻든 이들의 음악에는 불협화음은 거의 없습니다.

바이얼린등이 주도해서 말 그대로 '심포닉'하기보다는 '쳄버 뮤직'스럽기는 하지만요. 그리고 너무나 여립니다... 다른 그룹들, 우리가 많이 듣고 좋아하는 음악들과는 확실히 '다른' 아름다움을 들려줍니다.

orkman (장민수)

저는 Wapassou의 D단조 미사(Masse En Re Minor)와 살람보(Salambo)를 들어보았습니다. 저도 이 그룹의 음악을 들을때면 롱달님과 강영님이 표현하신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습니다. 매우 여리고,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지요. 약간 몽롱하기도 하고요.

Wapassou의 음악에 매력을 느끼신다면, D단조 미사를 꼭 권해 드리고 싶군요. 처음 듣는 순간부터 귀를 사로잡는 앨범입니다.

Pollen (폴렌)

음악 감상론과 Wapassou의 미학

롱달님과 나의 Wapassou

롱달님이 듣고 있는 Wapassou와 내가 들었던 Wapassou는 조금 다른 Wapassou이다.

빽판에 관한 한가지 묘한 점은, 깨끗한 음원을 구해서 들어보면 이상하게 빽판으로 듣던 때의 감흥이 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일테면, 그 스크래치 음 조차도 최초에 음악을 접했을 때 일정한 '음악적 환경'에 기여했다는 말일 텐데요.

비 오는 날의 Wapassou

자, 우리는 이 지점에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는 날씨'에 주의해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말하자면, 롱달님의 기억에 지나치게 늘어붙어 있던 스크래치음에 대한 민감한 반응을 누그러뜨려줌과 동시에 Wapassou가 노리고 있는 음악적 정서에 보다 근접한 물리적 환경이 일단 조성이 된 거지요.

여린 음악의 철학

Wapassou의 음악을 듣노라면 어딘지 빈 공간이 항상 존재하고 있음을 감지하게 되는데, 여리다라는 표현이 늘어지는 바이얼린과 몽롱한 스캣 외에도 이런 의도적 작법과도 맞물리는 것 같습니다. (주의하십시요. '의도적 작법'입니다!)

여리다는 것은 잘 휘고, 부드럽고, 변화에 민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King Crimson과의 비교

King Crimson의 'One More Red Nightmare'를 듣고 있으면 빗소리가 잘 안들립니다. 롱달님은 Wapassou의 음악을 들으면서 빗소리도 함께 들으셨으리라고 예상됩니다. 단언하건대, Wapassou의 음악은 빗소리가 들립니다.

그리고, 이 음악 외적 소리가 '들린다'는 것, 그리고 그것도 음악 내적인 요소로 착각되게 비워둔다는 것 - 이 점이 이런 성긴 음악의 매력이 됩니다.

남성적 논리 vs 여성적 작법

이 점이 라인업의 중기 King Crimson이 구사하는 남성적 논리와 Wapassou의 '의도적' 여성적 작법이 명확히 변별되는 지점입니다. 프로그록에서도 이런 변별은 쉽게 되지 않습니까.

많은 부류의 프로그록은 상당히 유형화된 남성성에 고착되어 있는 요소가 많습니다. 논리, 치밀한 구성, 치열한 연주, 웅장함 등의 단어들이 여기에 맞아 떨어집니다.

우리는 이 연주들에 대해 경탄하고, 세부적인 악기의 음감을 따라가며 즐기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 이 연주들의 권력에 종속되기도 합니다.

환경친화적 음악

Wapassou의 여백으로 인해서, 우리 롱달님과 저 폴렌은 그들의 음악에 대해 비슷한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주 고맙지 않습니까.

근데,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은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빗소리를 살려준다는 것이며, 어머니의 외침 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며, 내 방바닥의 뜨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즉, 감상자는 Wapassou에 종속되지 않으며, '함께 갑니다'.

이거, 아주 탁월한 환경친화적 음악 아니겠습니까.

어설픔의 미학

어쨌든, Wapassou의 음악을 평하면서, '왠지 어설픈 느낌을 준다'는 말을 자주 하는 것 같은데, 단언하건대, Wapassou는 어설프지 않으면 안됩니다.

우리는 그들이 Robert Fripp과는 다른 작법을 갖고 있다고 평가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제가 앞서 강조한대로, '의도적'인 것이라고 말해지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비슷한 아티스트들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들로, Gillie Smith(Gong), Alan Sorrenti, Opus Avantra 등이 떠오르는군요. 이들을 신비주의자들이라고 이름 붙여도 되겠습니까.

저는 프로그록계에 이런 신비주의자들이 좀 있어서 애착이 갑니다. 귀신 불러들이는 능력은 이 장르에서가 아니면 좀 어려울 것 같네요. ^^

앨범 아트

표지는 앨범 가게에서 프로록 코너를 가끔 보시는 분은 많이 보셨을 겁니다. 모노칼라에 호수에서 머리가 아주긴 여인이 상체만 물위로 나와있고 기형적인 두손을 턱에 괴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입니다.

meddle님의 관찰: "1집의 여인커버를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왼쪽 가슴이 약간더 큰것 같군요. 근데... 이 여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난 꽃이야'?"

기술적 특징

음반 복각: 이 앨범은 Musea 레코드와의 라이센스 계약으로 재발매했는데 Musea에서 마스터테입을 못찾아 LP를 복각했습니다.

편성: 1,2번 곡에서 신나게 쿵작 쿵작하던 드럼이 없습니다. Rien 곡부터는 드럼이 없어서 마치 요즘의 챔버락을 테입에 녹음시켜 늘어놓은 듯한 연주를 들려줍니다.

보컬 스타일: 간간히 나오는 여성 보컬은 노래를 하는 건지 귓속말을 하는건지 구분이 안 될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