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ill Life
Still Life (1970) - 영국 프로그레시브 록
유영재
espiritu@hitel.net, 평점: 93.6
앨범 발견과 재킷
흉측한 두개골의 모습과 그 두개골의 머리위에 얹혀있는 분홍빛의 꽃들이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인상적인 재킷 사진... 바로 1970년에 영국 밴드인 Still Life가 내놓은 동명 타이틀 앨범의 재킷이다.
이 앨범의 재킷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솔직히 잘은 모르겠지만 얼마 전에 서점에서 책을 뒤져보다가 눈에 많이 익은 표지 그림을 발견했었는데, 바로 이 앨범의 재킷과 유사한 사진을 표지에 담은 책이었다. 그것은 미술 관련 서적이었으며, 그 책의 제목이 다름 아닌 'Still Life'였다.
그래서 나름대로 추측하건데 이 앨범의 재킷은 어느 미술 작가의 유명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룹의 이름도 Still Life (정물화)이고 해서... 근데 아직도 확실히는 모르겠다. 본인이 미술에 관해서는 전혀 아는게 없기에.....
밴드 배경
이 밴드는 그동안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생소한 그룹으로 알려져 왔었으나 얼마전에 외국에서 일고 있는 명반 재발굴 작업에 이 작품도 선정이 되어서, 뒤늦게서야 이 작품의 진가가 매니아들 사이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동안 이들이 사람들 사이에서 알려지지 않아서 인지 이들에 대한 자료는 매우 부족한 상태이며 그 때문에 총 4인조로 구성된 이들의 각자의 멤버 이름도 아직까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음악적 스타일
1970년도에 발매된 이들의 유일한 앨범은 전체적으로 60년대말의 사이키델릭 록과 블루스록, 그리고 70년대의 하드록이 융합된 듯한 사운드를 들려주고 있다. 각 멤버들의 연주 실력은 나무랄데 없이 훌륭하며, 특히 오르간이 사운드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앨범에 앞서 소개했던 Cressida의 음악 스타일과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Cressida의 음악이 블루지한 스타일에 가까운 음악을 구사하고 있다면, 이 Still Life는 좀더 하드한 사운드를 연주하는 그룹이라 할 수 있겠다.
( 솔직히 오르간이 전체 사운드의 핵을 이루고 있다고 해서 Still Life와 Cressida만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이다. 왜냐하면 이 당시의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밴드들은 대부분이 오르간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기에서 굳이 위 두 그룹을 비교하는 이유는 이러한 사운드를 연주하는 그룹중에 지금까지 필자가 언급했던 밴드가 아직 이 두 그룹뿐이었기 때문이다. )
곡별 분석
People In Black
이 앨범에서 가장 하이라이트를 이루는 곡은 앨범의 톱 트랙인 'People In Black'이다. 이 곡 하나만으로도 이 음반은 충분히 인정 받을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 곡이 앨범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절대적이라 하겠다.
쓸쓸한 분위기의 어쿠스틱 기타와 플룻의 인트로로 점차 강렬해지는 사운드, 특히 60년대 후반의 사이키델릭 록을 연상시키는 오르간의 연주와 힘이 넘치는 드러밍은 일류급이며 리드 보컬의 뒤에서 들려오는 하이톤의 백보컬도 매력적이다.
브리티쉬 록 팬이라면 필청해야 할 숨은 명곡이다.
October Witches
세번째에 수록된 'October Witches'는 이 앨범에서 가장 현란한 오르간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곡으로 곡 구성이나 멜로디는 조금은 진부한 느낌도 주긴 하지만 그러한 점이 나름대로 매력적으로 들리기도 하는 곡이다.
Love Song No.6
다른 곡들과는 달리 경쾌한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시작되는 'Love Song No.6'는 끈적끈적 하게 달라붙는 듯한 리드 보컬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중반부의 오르간과 드럼, 베이스의 합주가 멋지게 어우러진 애절한 사랑 노래이다.
Dreams
몽환적인 분위기의 오르간과 자아도취적인 독백으로 시작되는 'Dreams'는 사이키델릭적인 요소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곡이다.
Time
뒤를 이어 평범한 록넘버인 'Time'이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데, 솔직히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기에는 조금은 떨어지는 곡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앨범 구성의 아쉬움
사실, 이 앨범을 접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그건 곡 배열상의 문제였다. 이 앨범을 처음 접할때 첫곡으로 수록된 'People In Black'이 너무나 강한 인상을 주기에 그 다음으로 수록되어 있는 나머지 곡들은 쉽사리 귀에 들어오지 않는 헛점이 있었다.
이 나머지 곡들도 결코 그냥 흘려 들어버릴 가벼운 곡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곡들을 뇌리에 남게 하는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려야만 했다.
다시말해서, 작품의 클라이막스를 중간이나 마지막에 두었다면 좋았을것을 여기에서는 처음부터 절정으로 시작했기에 그 다음에는 하강 곡선을 그리며 작품이 전개되어 나간다는 것이다. 필자의 귀가 좀 이상한건지도 모르겠지만 암튼 개인적인 아쉬움은 이러한 것이었다.
최종 평가
그리고 다소 진부한 몇몇곡도 흠이긴 하지만 초기 브리티쉬 프로그레시브 록 작품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지닌 음반이라 생각된다.
수많은 프로그레시브 밴드들이 그러하듯이, 이 그룹 역시 후속작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것이 상당히 안타깝게 느껴지는 밴드중의 하나였다.
앨범 정보
밴드: Still Life
앨범: Still Life
발매연도: 1970
국가: 영국
구성: 4인조
장르: 사이키델릭/블루스/하드록 융합
특징: 오르간 중심 사운드
상태: 유일한 앨범